아스피린만큼 전세계인이 많이 먹는 진통제가 있으니, 바로 타이레놀이다. 이 타이레놀을 제조하는 회사는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이다. 우리에게 존슨앤드존슨은 제약회사보다는 존슨즈베이비나 뉴트로지나 등 보습제를 만드는 회사로 더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존슨앤드존슨은 세계 1위의 제약회사로, 다우 존스 산업평균지수를 구성하는 30개 기업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존슨앤드존슨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존슨앤드존슨'이라는 사명은 창립자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존슨앤드존슨은 로버트 우드 존슨(Robert Wood Johnson)과 그의 두 형인 제임스 우드 존슨(James Wood Johnson), 에드워드 미드 존슨(Edward Mead Johnson)이 함께 설립했다. 이들은 1886년에 외과용 붕대와 거즈를 생산하는 공장을 뉴저지주에 있는 뉴브런즈윅에 세웠다. 초대 사장은 로버트 우드 존슨이 맡았다. 존슨 가 형제들이 공장을 만들 당시에는 미국에 큰 병원이 거의 없었다. 덕분에 존슨앤드존슨의 외과용 붕대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10년 초대 사장인 로버트 우드 존슨이 사망하고, 뒤를 이어 제임스 우드 존슨이 1932년까지 대표직을 맡았다. 이후 로버트 우드 존슨의 아들인 로버트 우드 존슨 2세가 가업을 이어받았다. 제임스 우드 존슨 때부터 존슨앤드존슨은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1920년대에 소비재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후 여러 제약회사를 인수해 제약 부문도 확대했다. 또한 1970~80년대에는 여성용품과 욕실용품도 생산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현재 존슨앤드존슨은 소비재(타이레놀, 모트린, 리치 칫솔, 벤드에이드 반창고, 클린 앤 클리어, 존슨즈 베이비 로션, 리스테린, 니조랄 등), 전문용품(아큐브 콘택트렌즈, 수술 기구, 관절 대용품 등), 의약품(암 치료제 에르가미솔, 경구피임약 오소노붐 등) 등의 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신기한 것은 우리가 쓰고있는 '반창고'라는 것을 처음 상용화한 곳이 바로 존슨앤드존슨이라는 것이다. 원래 반창고는 얼 딕슨이라는 사람이 개발했는데, 존슨앤드존슨이 로열티를 주고 상용화했다.
그 외에 존슨앤드존슨의 대표품목인 타이레놀도 우리가 잘 아는 제품이다. 타이레놀은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이 단일성분인 진통해열제로, 1950년대에 존슨앤드존슨에서 개발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타이레놀 외에도 펜잘큐나 게보린, 판피린, 암씨롱 등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아스피린의 아세틸 살리실산에 비해 항염 효과는 적으나, 진통 및 해열 효과가 뛰어났기 때문에 열이 나거나 통증이 있을 때 널리 쓰이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은 타이레놀이 아스피린의 부작용을 제거한 진통제라고 광고해서, 미국 내 진통제 시장점유율을 35%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 타이레놀에 누군가가 독극물을 주입해 사람들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1982년, 사건이 일어났던 해에 타이레놀은 정제형과 캡슐형으로 시판되고 있었다. 이 중, 캡슐형 타이레놀에 누군가가 청산가리를 몰래 투입했고, 이 제품은 그대로 판매가 되었다. 소매단계에서 일어난 일이라, 존슨앤드존슨에게는 책임이 없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었다. 또한 해당 사건으로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모두 시카고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미국정부는 시카고 지역에 배포되었던 타이레놀만 수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슨앤드존슨의 타이레놀 시장점유율은 7%까지 급락했다. 사상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게 된 존슨앤드존슨은 엄격한 조치를 취했다. 먼저 타이레놀의 생산과 광고를 모두 중단하고, 미국에서 시판되고 있는 모든 타이레놀을 수거했다. 또한 캡슐형으로 판매되었던 타이레놀 제품을 모두 정제형(알약)으로 교환해준다는 광고를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당시 미국에 판매되고 있던 타이레놀은 약 3000만병이 넘었고 그 금액만도 1억 달러 정도였다. 존슨앤드존슨은 이에 그치지 않고, 언론의 취재에 적극 협조하면서 실시간으로 사건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존슨앤드존슨은 언론을 통해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타이레놀의 복용을 중지하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또한 타이레놀 관련 상담라인을 따로 구성해서, 소비자들의 질문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이러한 대응 덕분에 존슨앤드존슨이 수거한 타이레놀 중, 75개의 캡슐형 타이레놀에서 독극물이 검출되었다. 또한 8명의 사망자 이후 더 이상의 사상자는 없었다. 이후 범인이 체포되었음에도 존슨앤드존슨은 사건관련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해서 사후처리문제 등을 수행했다. 언론과 대중들은 존슨앤드존슨의 이러한 대처를 매우 훌륭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존슨앤드존슨의 대처에 대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 존슨앤드존슨은 대중을 보호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평을 내렸다. 덕분에 존슨앤드존슨은 위기를 극복하고, 오히려 '신뢰가 가는 기업', '고객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존슨앤드존슨은 처음 설립 당시, 14명의 직원과 존슨 형제 3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직원수만 무려 12만명이 넘는 대기업이 되었다. 본사는 아직까지 뉴저지 주의 뉴브런즈윅에 있으며, 현재 CEO는 앨릭스 고스키이다. 한국에서는 1983년에 한국존슨앤드존슨이 설립된 이후, 존슨앤드존슨컨슈머, 한국얀센, 존슨앤드존슨메디칼, 존슨앤드존슨비젼케어가 독립법인체로 운영되고 있다. 이 중, 한국얀센은 유한양행과 얀센 사가 합작형태로 설립한 회사이며, 얀센 사가 1961년에 존슨앤드존슨에 인수되면서 한국얀센도 존슨앤드존슨의 독립법인체가 되었다.